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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6)사이언스올(창의재단) 바이오에세이

단풍잎처럼 붉게 물든 꽃게의 비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3.

 

단풍잎처럼 붉게 물든 꽃게의 비밀

(경상남도 통영)

 

해마다 5~ 6월이면 통영 앞바다에는 이제 막 통발에서 걷어 올린 꽃게들의 몸부림으로 풍성함이 가득해지곤 한다. 이제 막 걷어 올린 꽃게들은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성급한 손님들에게 바로 팔려 가는데, 필자도 늘 이 시기가 되면 퇴근하시던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담긴 꽃게의 바글거림이 떠오르곤 한다. 이어받기 선수가 바통을 받아 달려가듯,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꽃게박스를 이어 받아 바로 찜기에 넣어 쪄 내시곤 했는데, 집 안에 가득 채워진 달콤하고 짭짤한 꽃게의 향기는 채 쪄지지도 않은 찜기의 뚜껑을 당장이라도 열고 싶은 충동을 어린 나의 마음에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랜 기다림이 지나고 뜨거운 김에 샤워를 마친 꽃게의 뚜껑을 열고 접시에 담았을 때,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분명 꽃게의 색이 어두운 회색빛이었는데 삶아져 나온 것은 가을에 볼 수 있는 단풍잎보다 더 붉은 색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머니가 내가 안 보는 사이에 마술을 부리신 것이 아닐까? 아니면 붉은 향료라도 듬뜩 넣으신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여기에는 꽃게의 놀라운 과학적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꽃게에는 아스타산틴이라는 색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갑각류나 어패류가 적외선에 노출 되었을 때 스스로 몸을 지켜 낼 수 있게 하는 색소였던 것이다. 이 색소는 70도가 넘는 열에 가해지면 단백질 결합이 분리되어 붉게 변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갑각류에 속하는 새우, 가재 등도 열에 가열하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이유와 같다. 그렇다면, 회색이었던 껍질의 색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 영양성분도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다행이도 꽃게가 가지고 있는 성분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꽃게의 대표적인 성분인 아스타산틴 색소는 항산화 능력에 뛰어나다고 한다. 항산화능력은 우리 몸의 정상세포가 외부의 자극을 통해 활성산소를 작용을 하는 것을 경감시키거나 없애주는 것을 말한다. 이 아스타산틴은 많게는 비타민E1천배 정도의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어 건강보조식품이나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화장품 성분 중의 하나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꽃게를 자세히 보면 집게발의 한 쪽이 잘린 것을 볼 수 있는데, 성질이 난폭한 꽃게가 서로 싸우다가 상품가치가 떨어질까 봐 나름 현명한 처치를 해 놓은 것이다. 꽃게에 관한 속담 중 보름게는 개를 줘도 안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말도 나름 과학적이다. 빛을 싫어하는 꽃게는 달이 제일 환한 빛을 발하는 보름을 전후로 살이 빠지기 때문이란다. 이 시기에 잡힌 꽃게는 살도 없고 맛도 없어 일명 빵게라고도 한다. 그럼 이 빠졌던 살이 다시 차오르는 시기는 언제일까? 바로 달빛이 적은 그믐 즈음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잡히는 꽃게는 살도 꽉 차고 꽃게의 단맛도 더 풍부해진다고 한다.

 

꽃게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던 진하고 감칠맛이 나던 그 어묵국물에 꽃게 한 마리가 풍덩 빠져 있기도 하고, 아버지의 일용한(?) 술안주로 게장국으로 때론 밥도둑게장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도록 무더운 날의 여름이었는데, 이제 아침저녁으로 뺨에 와 닿는 바람에 선선한 가을이 왔음이 느껴진다. 흔히들 봄은 여자,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를 유전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분석해 놓은 이론은 있지만 뭐 계절 타는데 여자 남자 딱히 맞아 떨어지는 이론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꽃게는 계절을 탄다. 꽃게는 엄연히 계절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봄에는 암 꽃게가 맛있고, 가을에는 수 꽃게가 더 맛있다. 그 이유는 암꽃게는 3월 말경에 산란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알이 꽉 차며 살도 통통하게 오른다. 7~8월의 금어기가 지나고 9~ 10월 가을에 많이 잡히는 수 꽃게는 그동안 충분한 영양섭취를 한 덕분에 산란기에 알을 낳고 살이 쫙 빠진 암 꽃게보다 더 맛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꽃게의 암, 수 구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꽃게를 뒤집어 배 모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꽃게 배의 모양이 둥근 모양이면 암 꽃게, 길고 뾰족하면 수꽃게이다. 배 모양이 아닌 집게발로도 구별이 가능한데, 암꽃게의 집게발은 둥근 반면에 수 꽃게의 집게발은 얇고 길다고 한다.

 

굳이 제철에 먹는 꽃게가 아니더라도 게장으로 담가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꽃게는 맛도 일품이지만 다양한 약리작용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가슴에 뭉친 열을 해열해 주며 산후에 산모가 먹으면 배가 아픈 것을 덜어주고 어혈이 빠져나가게 한다.‘고 했다. 여성의 건강뿐 아니라 꽃게의 껍질에는 키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몸이 허한 노인들에게도 좋다. 키틴은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장내세균과 같은 성분인데 동물성 세포를 이루는 구성성분 중 하나로 예부터 상처가 난 부위에 신선한 꽃게의 껍질을 태워 곱게 갈아 상처 부위에 덮어두어 세포재생의 목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꽃게 껍질 하나도 그냥 헛되이 버리지 않는 그 옛날 선인들의 과학적 지혜가 돋보인다.

 

꽃게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이 풍부하고 지방함량이 적어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영양식이자 소화기능이 약한 노약자나 회복기 환자에게 건강식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한, 꽃게는 고열량,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맛이 담백하며 소화가 잘되어 고혈압, 간장병 환자에게 좋다. 뼈를 튼튼히 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지방 흡착과 이뇨 효과가 뛰어나서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기도 한다. 또한, 암을 예방하는 키토산이 풍부하다. 꾸준히 먹으면 머리를 맑게 하고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며 비만, 성인병 예방 등 효능이 많다고 한다.

 

이렇듯 많은 이점을 가진 꽃게지만 자칫 독이 될 때가 있다. 꽃게가 독이 될 수 도 있는 일화를 보면, 조선의 20대 임금 경종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경종은 워낙 임기가 짧아 21대 임금인 영조의 즉위까지 자료와 문헌이 거의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그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음모론이 현재도 거론되고 있다. 바로 새로 즉위한 영조가 경종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인데, 그 소문은 바로 영조가 경종을 독살 하였다는 설이다. 그 근거로 제시되었던 내용은 영조가 와병 중이던 경종에게 한방에서는 상극인 게장과 생감을 줬다는 것이다. 게는 식중독 균의 번식이 빨리 되며, 감의 떫은맛의 성분인 타닌은 수렴작용의 원이 되어 둘을 동시에 먹으면 식중독과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꽃게는 상극의 음식들과 함께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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