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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바이오진로직업/(3)대학졸업후 진학, 취업, 연봉, 하는 일

2. 바이오 직업별 하는 일

by 바이오스토리 2021. 8. 12.

2. 바이오 직업별 하는 일

 

학부, 혹은 대학원 졸업자 진로는 산업체 근무, 전문직(대학교수, 공공기관연구소, 공무원, 변리사 등)으로 대분된다. 어떤 직업을 택할까. 각각 특성을 알면 본인 진로를 결정하기가 쉽다.

 

1)산업체 근무

 

기업 연구소: 상업화연구가 우선이다

바이오 산업체에 들어가면 어느 파트에서 근무하게 될까. 현재 국내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연구원 30.4%, 생산파트 32%, 관리/영업파트 37.7% 으로 3구분할 수 있다(그림). 석사이상 학위자라면 연구파트가 될 가능성이 많다. 연구파트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다. 연구원이 되려면 당연히 연구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란 특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순수연구보다는 상품화로 돈을 벌어야 한다. 연구목적이 상업화이고 돈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 경우 1-2년간은 일종 트레이닝 기간이다. 회사상황에 익숙해야 되고 현재 진행 중인 일을 도와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좀 지나 익숙해지면 스스로 일을 진행한다. 즉 무엇이 목표라는 방향만을 회사에서 지시받고 독자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진행한다. 본격적인 연구 시작인 셈이다. 독자적이라 하지만 상급자에게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일은 기본이다. 연구소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내 한 부서다. 명령체계가 있고 팀 단위 일이 많다. 회사에서 가장 환영받는 사람은 당연히 팀워크를 중시하고 남과 협력해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연구특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협동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독불장군을 좋아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바이오산업체 근무형태. 생명공학백서)

 

 

산업체에 입사해서 연구부문에 근무한다면 독창적인 연구, 처음 하는 연구만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본인 입맛에 맞는 연구만을 하기 원한다면 회사연구소는 차선책이다. 상용화가 당장 급한 회사연구소는 기초연구, 장기연구를 하기 힘들다. 회사연구원들은 현재 시장에 어떤 제품이 나와 있는지, 경쟁회사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주제가 위에서 지정되어 내려오거나 기획팀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회사 상급자라해도 아이디어가 늘 넘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연구원이 인정받는 방법은 국내 대학이나 공공연구소, 외국대학 연구 상황을 늘 파악하고 회사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직접내는 일이다.

 

연구소에서 잔뼈가 굵고 가끔씩 신제품이 히트를 치면 승진을 하게 된다. 승진을 하더라도 연구는 기본이다. 다만 목표는 점점 더 회사 매출을 위한 연구를 한다. 작은 회사 경우 연구소는 현장지원업무가 많다. 즉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연구소가 해결해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신규제품을 만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대기업 연구소도 기초연구를 위한 자금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술을 만드는 회사 내 연구소였다. 발효가 주 종목인지라 생명공학 전공 필자도 발효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술 만드는 미생물을 개량하는 일에 관여했다. 그런데 술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처리가 공장현장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마침 미생물을 이용한 폐수처리 연구경력이 있던 필자라 먼저 연구소 부장에게 제안했다. 간단한 미생물 폐수처리 파일럿장치를 만들면 그룹 내 술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처리 문제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장은 말단 연구원 말을 듣고 반색을 하며 적극 지원해 주었다. 대기업 연구소지만 현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라면 그게 우선순위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순수연구를 끝까지 하고 싶으면 회사연구소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산업체 연구소장이 되려면 무슨 경력이 도움이 될까? 필자 재직 당시 연구소 부장은 이미 15년 연구소 근무경력이 있다. 중간에 한번 현장, 즉 술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현장경험은 회사연구소 경력에서 중요한 재산이다. 현장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떤 제품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연구소 간부가 되려면 단순히 연구능력만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 자리까지 올라오려면 회사 임원 필수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연구능력은 기본이다. 연구를 해봤어야 연구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테니까. 더 중요한 능력은 사람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은 비단 연구소장만이 아니라 모든 회사임원 필수사항이다. 아래 사람들이니까 무조건 나의 명령을 따르리라고 생각하는 구석기시대 임원은 지금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를 따르라는 리더가 아니라 같이 하자고 이끄는 리더가 돼야 한다. 연구소 간부능력은 연구 능력만이 아니다. 어떤 제품이 필요한가, 미래 트렌드는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이 연구소장 능력이다. 이런 연구소장만이 진급하여 회사 CEO가 될 수 있다. 실제 연구소장이 CEO가 되는 경우도 많다. 연구소장은 경영자다. 회사연구소는 신입사원이건 간부사원이건 경영마인드가 늘 있어야 한다. 즉 순수연구가 아닌 상품화연구가 우선이고 이것이 어떤 이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으로 상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체 생산부서: 현장경험이 보물이다

필자 학과 졸업생은 이제 LG생명공학 공장장이 되었다. 입사한 지 20년만이다. 그는 공장 통이다. 처음 입사부터 공장에서 현장 일을 했다. 새로운 공장을 짓는 일도 맡아서 했다. 공장에서 하는 일은 대형 생물배양기를 운전하면서 백신을 생산한다. 공장이다 보니 설비도 많다. 잘 돌아간다면 그냥 지켜만 보고 있으면 될 것 같지만 현장은 이런저런 일로 늘 바쁘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연구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바이오전공인데 학부만을 졸업하면 생산파트나 품질관리부서에서 일할 확률이 높다. 연구소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필자는 석사 후 대기업 연구소에서도 근무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바로 현장 근무를 했다. 당시 근무한 환경사업부가 하는 일은 생물학적 폐수처리 시설을 짓는 사업을 한다. 사업부는 돈을 벌어야 한다. 건설 사업부가 아파트를 지어서 돈을 벌듯이 말이다. 사업부는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 직접 일을 해야 한다. 필자가 했던 일 중 하나는 지방출장을 가서 공장폐수 샘플을 떠 오는 일이었다. 이 샘플을 환경설계 기술사가 설계한 방식대로 처리하면 제대로 작동되는지를 검사한다. 필자가 일하던 곳은 10리터 생물학적 폐수처리시설 장치가 있는 곳이다. 여기에 폐수샘플을 넣어서 제대로 처리되는가를 보는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연구가 아니다. 매번 정해진 순서에 따라 결과를 내는 일이다. 계속하다보면 지루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운 공사를 시작하고 수십억 원 견적서를 내고하는 일은 자못 다이내믹하다.

 

필자는 처음 회사시절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냈다. 토목공사가 모두 끝난 400톤 규모의 폐수처리 시설에 폐수를 미생물로 정화하는 시운전을 두 달씩 했다. 현장근무이다 보니 책을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학과에서 배운 지식은 있으면 도움이 되는 정도였다. 대부분은 현장에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근무는 사람 관계가 제일 중요했다. 현장에서 생기는 일을 도와 줄 사람은 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바로 옆에 있는 동료다. 내가 하는 일을 감독하는 상대회사 감독관이다. 가끔씩 소주잔 기울이며 친해져야 한다. 인간관계는 회사원이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현장통은 그게 더 필요하다 뿐이다. 어떤 타입이 현장근무에 적합할까. 책상에 박혀서 연구하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고 사람만나서 일을 성사시키는 게 즐거운 사람도 있다. 본인 특성을 잘 알아야 즐겁게 회사근무를 할 수 있다.

 

바이오산업체 현장은 각양각색이다. 만약 동물세포를 키워서 백신을 만드는 회사라면 현장근무라는 것은 배양기를 운전하고 배양액에서 백신을 분리해내고 이를 주사제로 만드는 일이다. 현장에는 늘 무슨 일이 생긴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깊게 파고드는 연구는 아니다. 오히려 관리하고 운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내가 면담했던 학생들은 연구만이 대학졸업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회사에서 현장이야 말로 핵심지역이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그 경험과 능력을 발휘한다. 능력이란 사람과 섞여 지내는 법, 그들 친구가 되는 법,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연구소이건 현장이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장통은 진급해서 공장장이 된다. 공장장은 회사임원이 되기 쉽다. 왜냐면 가장 중요한 현장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경영 전공자들이 CEO가 되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에는 이공계가 CEO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기술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현장과 늘 붙어있는 곳은 품질관리(QC: Quality Control)파트다. 매번 만들어지는 제품이 규격에 맞는지 다른 이물질은 없는지를 검사한다. 특히 제약회사에서는 필수다. 소규모회사에서는 연구소에서 이 일을 담당하기도 한다. 주로 분석기기를 사용해서 품질검사를 하기 때문이다. 품질관리파트는 비교적 순탄한 근무여건이다. 샘플이 오면 분석만 해주면 된다. 순탄하지만 그런 만큼 단조롭다. 단조로운 만큼 회사에서는 크게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고 다이내믹한 일들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몸이 근질근질한 곳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회사근무를 하고 싶은가. 그럼 본인특성에 따라 근무부서를 결정하라.

 

관리·영업부분: 이공계도 도전해볼만 하다

필자는 대학 2학년부터 학부생을 상대로 취업면담을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물으면 대부분이 연구소 근무를 원한다. 그런데 한 학생은 처음부터 영업이 꿈이라 했다. 영업이 어떤 일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본인은 다른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는 일이 좋지 한군데서 집중해서 연구하는 일은 체질적으로 안 맞는다고 한다. 전형적인 영업맨이다.

 

바이오전공은 이공계다. 이공계가 관리부서에서 일할 확률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영업이나 기획 분야는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 회사의 꽃은 영업이다. 그곳에서 돈이 벌리기 때문이다. 회사CEO가 되려면 어떻게 돈이 벌리는지는 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영업부서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부서다. 즉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영업을 접지는 않는다. 영업이 안 되면 그게 끝이니까. 영업은, 하지만, 쉽지 않다.

 

필자가 재학졸업 후 삼성에 입사해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일이다. 마지막 남은 과정이 영업실습이다. 당시 막 출시된 삼성 신제품 카메라를 10대씩 나누어주고 하루 동안 팔아오라는 것이다. 신입사원교육이니 당연히 교육실적에 신경이 쓰였다. 팔아야 했다. ‘군대도 다녀왔겠다, 동아리활동으로 단련도 되었으니 요 정도는 팔 수 있겠지’. 마음먹고 무작정 남의 집 대문을 두들겼다. 열 집에 아홉 집은 아예 문을 안 열어주었다. 삼성마크가 선명한 작업복이고 신입사원 훈련 중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겨우 한 대를 팔았다. 그것도 사실은 애걸해서 떠맡긴 셈이다. 즉 무작정 방문이 아니고 대학선배를 찾아갔다. 그 선배는 대기업 영업과장 이었다. 본인 신입사원시절이 생각난다면서 한 대를 사주었다.

 

영업은 힘들다. ‘은커녕 도 아닌 , 이 영업사원이다. 즉 남에게 팔아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아쉬운 입장이란 뜻이다. 회사에서 가장 힘든 것이 영업이다. 하지만 그런 고비를 넘어선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영업에 도통한 사람들은 오히려 영업이 단순하다고 한다. 즉 사람을 파는 것이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결국 처음이 힘들지 신용이 쌓이면 오히려 오래된 친구처럼 편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경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최근 영업은 구석기시대 방식이 아니다. 즉 같이 술 진탕 마시면서 접대해서 친분이 쌓이면 영업에 성공할 수 있다고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 구매자 입장에서 보자. 그가 구매하려고 하는 물건은 일단 원하는 수준까지 와 있어야 한다. 즉 기술이 확보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가격이 맞아야 한다. 구매자입장에서는 개인이 결정하는 경우보다는 회사이름으로 구매한다. 당연히 낮은 가격에 구매되어야 한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파는 사람과 친분, 신용관계다. 즉 그 사람에게 구매하면 제때 납품되고 사후 문제가 생겨도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신용이다. 이런 3박자, 즉 기술력, 가격경쟁력, 거래 신용이 모두 맞아야 물품을 팔 수 있다. 영업사원이 하는 일은 처음 두 개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주는 일이고 3번째를 확신시키는 일이다. 100번은 거절당한다고 생각하고 달라붙는 것이 영업정신이다.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고는 쉽게 좌절할 수 있다. 요즘은 연구원들도 영업마인드를 가져야 살 수 있다. 즉 어떤 제품들이 잘 팔리고 어떤 특성이 필요한지를 영업팀과 늘 접촉해서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때로는 연구팀에서 기술영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즉 기술적인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구팀이 직접 구매자를 설득하는 경우다. 연구능력과 함께 영업마인드도 있다면 그는 연구원으로서 금상첨화다. 회사에서 성공하고 싶은가. 영업에 도전해라.

 

벤처·개인창업: 확실한 기술이 먼저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벤처회사를 차리는 바이오전공자들이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바이오벤처는 바이오전공자들 꿈이기도 하다. 어떤 경로로 이게 가능할까.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까. 학부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벤처회사를 차리는 경우는 극소수다. 성공확률도 높지 않다. '벤처(Venture)란 단어 뜻이 모험이다. 회사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바로 설립한 벤처회사는 쉽지 않다. 단순 아이디어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IT벤처처럼 프로그램만으로 돌아가는 기술이 아니다. 많은 기기들에서 결과가 나와야 한다. 즉 아이디어도 필요하지만 바이오기술은 기본이란 이야기다.

 

바이오벤처회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확실한 상업적아이디어, 즉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면 그 아이디어는 성공확률이 높다. 회사에서 근무하다보면 어떤 식으로 회사가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이 단계가 지나서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를 벤처회사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기술이 좋고 독점적이어야 한다. 벤처는 기술이 바탕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염두에 두고 회사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슬슬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경로로 자금을 확보하고 누구누구를 데려와서 일을 시작하고 어떻게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누구에게 판매할 것인지가 보인다. 그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기술력이 좋다면 벤처캐피털이나 기술신용기금 등 정부, 공공기관, 은행 등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장기 저금리로 빌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컴퓨터만 가지고 창업을 하는 IT 분야와는 달리 BT(바이오)분야는 많은 경우 다양한 기기들이 필수다. 초기 기기구입에 자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정부에서 설립한 각 지역의 바이오지원센터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사무실과 기기들을 임대해준다. 승부수는 물론 아이디어다. 학교를 졸업하고 벤처를 바로 차리는 경우보다는 회사근무하면서 만드는 경우가 성공확률이 높다. 아무리 벤처라지만 경영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창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에서 따로 벤처회사를 만들어 내 보내는 경우도 많다. 또한 대학이나 공공연구소에서도 벤처설립을 권장하고 지원한다. 즉 연구원이나 교수가 창업을 하는 경우다.

 

필자 주위에서도 종종 벤처를 설립한다. 벤처는 글자그대로 모험 기업이다. 음식점을 오픈하는 경우와 다르다. 기술력이 좋다면 아이디어가 제대로 돌아감을 보이고 이 중간 단계에서 기술을 특허형태로 팔수도 있다. 아니면 큰 회사가 통째로 그 회사를 사 버릴 수도 있다. 기술만 좋다면 실제 판매까지 가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벤처회사는 처음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공공연구소나 대학에서 벤처창업을 할 경우 연구만 했던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술력만 제공하고 전문경영인이 따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벤처는 모험 기업이다. 신생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을 5% 미만이다. 벤처도 식당개업과 다르지 않다. 남과 달리 이길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기술력과 자금력, 여기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준비되어야 살아남는다.

 

2)전문직(공공연구소, 변리사, 대학교수 등)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석사나 박사과정을 선택한다. 일부는 석박사 통합과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바이오분야는 산업체 석박사 구성 비율이 26.4%로 타 분야에 비해 높다. 따라서 석사학위를 가지고 회사나 공공연구소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석사는 보통 2, 박사는 석사 취득 후 3-5년이 소요된다. 대학원 실험실에서 지도교수와 함께 특정분야를 연구하고 논문을 써서 심사를 거치게 된다. 힘든 과정이지만 이 분야가 체질에 맞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박사가 된다고 일할 곳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력이 높을수록 그만큼 취업문은 좁다.

 

국내 100개 바이오관련학과 졸업생중 박사는 5%. 박사학위 소지자는 회사연구소, 공공 연구소, 그리고 대학교수로 간다. 이른바 전문직이다. 평생 연구로 밥 먹고 살아야 한다. 회사로 직접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 근무하면서 학교 박사과정을 밟고 학위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경우는 회사근무가 주목적이고 박사를 받은 후에도 역시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 공공연구소는 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등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운영하는 연구기관이다. 국립이면 공무원신분일 수도 있다. 물론 석사학위소지자도 공공연구소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전문연구기관인 만큼 박사학위가 우선이다.

 

공공연구소

국공립연구소는 전문연구기관이다. 연구로 밥 먹고 산다. 월급을 주는 곳은 국립연구소라면 정부일 수도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소 경우 공무원신분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에서 일부 월급을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즉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거나 기업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해준다. 국립연구소 공무원신분보다는 반 공무원, 반 회사 성격이 강하다. 이런 점이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다. 회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산업현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만큼 벤처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 공공연구소에 처음 입사한 석사급 연구원들은 박사 지휘아래 한 팀이 된다. 매번 정해진 일을 하는 공무원 같은 상태가 아니다. 새로운 연구를 통해 무언가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결과를 내야 한다. 결과물은 논문이 될 수도 있지만 연구소 특성상 산업화가 얼마나 되었는가를 평가 한다. 공공연구소는 기초 과학기술연구와 산업체 지원형태연구를 해야 한다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어떤 경우이든 연구를 정말 좋아해야 하는 점은 동일하다. 국내 공공연구소 현황은 별도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변리사

변리사는 특허를 다루는 직업이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어떤 기술이 특허가 되는지, 산업적으로 무슨 특성, 어떤 시장성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변리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평균경쟁률은 1, 2차 모두 5.51, 전체로는 30:1이다. 보통 학사졸업을 하고 시험 준비를 한다. 석박사 학위가 변리사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내용, 방법을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생명공학은 예전에 비해 산업적 중요성이 급증했다. 특허분야에서도 중요분야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면 두 가지 진로가 있다. 개인변리사 사무실에 취업하거나 기관(대학, 기업, 공공기관)에 입사하는 방법이다. 개인변리사 사무실은 특허업무를 수주해서 특허를 등록하고 관리해주는 곳이다.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수주, 즉 영업을 해야 한다. 처음 입사해서는 상급자가 수주해온 특허업무를 처리하지만 조금 경력이 쌓이면 외부에서 특허 건을 수주해야 한다. 수주는 영업이다. 이는 변호사, 세무사 모두 같은 처지다. 변리사 자격으로 공공기관이나 회사에 입사하면 그 기관 특허를 관리한다. 개업을 한다면 같은 변리사라도 본인 능력여부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는 의미다. 변리사가 되었으니 편하게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직업은 다 경쟁이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대학교수

대학교수 대부분은 박사학위 소지자다.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학위까지는 보통 5-7년이 걸린다. 박사학위 후 다시 2-3년 동안 대학교나 기업체 연구소에서 연구경력을 쌓는다. 이른바 박사후 과정 (Post-Doc)’을 밟는다. 빠르면 30대 초반 늦으면 30대 후반, 40대 초에 대학교수가 된다. 물론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오거나 박사 중간 혹은 박사 후 전문연구원으로 병역특례기관(회사, 공공단체)에서 근무하면서 병역을 대신해야 한다. 박사후 과정(Post-Doc)은 교수가 되기 위한 필수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박사과정 동안은 지도교수와 함께 어떤 연구주제를 가지고 연구했다면 박사후과정은 본인이 직접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실제 연구를 해보는 경험을 쌓는 과정이다.

 

대학교수직은 경쟁이 지극히치열하다. 좋은 대학, 좋은 박사후 경력이 교수선발에 필수다. 연구업적, 즉 논문발표실적이 교수선발을 대부분 결정한다. 박사를 외국에서 해야 하나 국내에서 해야 하는가도 결국은 어느 편이 연구경력에 중요한 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현재 바이오전공교수 대부분은 외국박사학위 소지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박사 학위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병역문제를 해결하려고 국내박사를 하고 병역특례근무를 한다. 이후 외국유명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대학 연구여건이 해외대학에 뒤지지 않는 점도 국내박사를 택하게 되는 원인이다.

 

교수가 하는 일은 교육과 연구다. 어떤 부분에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가는 어떤 대학인가, 그리고 교수 선택사항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교수 수업시간은 6-15시간/주이다. 하루 종일 근무해야 하는 회사와 비교하면 강의시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의를 제대로 준비하고 학생들의 진도, 어려움, 질문 등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면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교육보다는 연구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상위권 이공계 대학교수 경우 강의보다는 연구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많다. 바이오 관련 교수는 각자 실험실을 운영한다. 대학원생(석박사)과 외부연구원으로 연구팀을 꾸리게 된다. 교수 전공분야에 따라 실험실 연구방향이 결정된다. 연구자금은 연구 과제를 수주해 와야 한다. 즉 정부기관, 산업체에서 발주하는 과제에 신청해서 선발되어야 한다. 연구자금이 확보되면 실험실내 연구원들에게 연구방향, 방법 등을 지도해서 과제를 수행한다. 대학원생들은 본인들 연구를 석박사 논문으로 작성한다. 때로는 외부학회에 이 논문을 발표해야 석박사 심사자격이 되기도 한다.

 

국립대학이라고 해서 연구비를 그냥 지원해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교수 연구능력에 따라 연구비규모가 결정되는 '치열한전쟁이 조용히진행되고 있는 곳이 대학이다. 상위권 대학 경우 우수한 대학원생이 많이 진학하게 되고 더불어 교수연구실 연구 성과도 높아진다. ’부익부 빈익빈이 된다. 바이오전공 교수는 이런 연구와 교육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 당연히 이런 일이 체질이고 좋아야 한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야 하고 대학원생들과 같이 실험하고 머리를 짜내는 것이 시간가는 줄 몰라야 한다. 본인이 연구가 체질이라고 할 때 산업체, 공공기관, 대학 중에서 어디를 직장으로 택할 것인가. 요약해 보자. 산업체는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즉 상용화가 주목표다. 대학은 좀 더 기초연구에 집중한다. 하지만 공학, 약학 계열 등은 응용중심이다. 공공기관은 기초와 상용화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연구 가장 큰 장점은 교수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다. 반면 회사는 돈벌이가 되는 연구 우선이다. 어느 쪽이 좋은 가는 순전히 개인선택이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 두 가지로 평가를 받는다. 상아탑이라고 고고하게만 대학을 생각한다면 그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다. 평가와 경쟁이 회사 못지않게 치열하다. 직접적 원인은 고교졸업생이 줄어들면 서다. 최근 대학입학정원이 줄면서 순위가 낮은 대학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만큼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강의평가와 연구업적을 평가하고 학생에게도 그 결과를 공개해서 교수진급과 연봉에 반영하는 등 교수로서 업무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최근 채용되는 신임교수들은 계약제다. 즉 교수 직업이 평생 보장되는 게 아니다.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다. 어느 직업이건 경쟁은 필수다. 대학교수가 경쟁 없는 철밥통이던 시절은 확실히 지나갔다. 편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대학교수를 꿈꾸지 말자. 교육, 연구 두 개가 모두 체질인 사람이 대학교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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