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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바이오진로직업/(1)단과대 고르기: 돈을 쓰는 곳, 돈을 만드는 곳

바이오가 나에게 맞는 분야인가

by 바이오스토리 2021. 8. 6.

바이오가 나에게 맞는 분야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무슨 전공을 할까가 어느 대학에 가느냐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전공이 바이오라면 내가 하려는 일이, 내가 하려는 바이오 학문, 산업체가 어떤 것인가는 최소한 알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모든 일이 내가 원했던 대로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꿈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한다면 그 꿈에 최대한 가까운 방향으로 사람은 가게 되어 있다. 

바이오는 그런 의미에서 도전해볼만한 분야다. 모든 학문은 사람이 중심이다. 바이오는 그 어느 학문보다도 인간이 중심이다. 바이오 학문에 대한 접근방법 또한 다양해서 공대, 농대, 이과대, 약대, 의대에서 각기 달리 접근할 수 있다. 바이오분야는 또한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다. 단순한 이공계 지식이외에도 인간이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지금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역이다. 과학 힘으로 인간능력이 늘어나는 사이보그, 거기에 인공지능까지 더해지면 ‘전능하신 인간님’이 될 수 있다. 윤리, 신학 부분까지 다양한 분야 접목이 가능하다.

최근 바이오 발전 속도는 놀랍다. 인간 자존심이자 블랙박스 신비로 알려진 두뇌도 하나하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단순히 두뇌를 아는 것만이 아니라 구석구석 건드리고 있다. 간질환자는 뇌세포 사이 신호가 제멋대로 튀어 다닌다. 그래서 발작을 한다. 뇌 전극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전극데이터를 분석해서 환자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 미국 뇌신경과학협회지에 발표되었다. 간질환자가 기억을 가장 잘할 때 전극데이터를 모은 후 그 데이터를 뇌에 반복 주입한다. 어떻게 될까. 단기 기억력이 15% 좋아진다. 덕분에 치매환자 치료에 한발 다가섰다. 더불어 고교생 기말점수를 15점 올릴 수도 있다.

가장 어렵다는 두뇌가 과학으로 해부되고 조정된다. 바이오는 인간 질병을 고치고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방향으로 간다. 소위 ‘트랜스휴머니즘’이다. 반면 지구는 몸살이다. 빙하가 녹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제 마시는 수돗물, 맥주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지구 미래 트렌드는 건강장수와 청정지구다. 이 두 가지를 바이오테크놀러지가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는 그런 의미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바이오 항체신약 하나가 국내 소나타 년 매출에 맘먹는다. 바이오가 잘 나간다는 이야기다. 

‘바이오가 잘 나가는 분야이고 미래가 유망하니 이 분야에 한번 올인 해 봐라’. 이 책이 그렇게 이야기 할 거라고 기대했다면 이 책은 실망일 것이다.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대신 ‘바이오가 이런 분야이니 체질에 맞는 가 점검해 봐라’ 고 했다. 바이오가 핫분야다. 이건 팩트다. 반면 불과 40년 전인 1980년에 바이오, 즉 생물은 비인기전공이었다. 당시에는 화공이 잘 나갔다. 80년대 필자 고교 졸업생 중 상위권 100명은 모두 공대로 갔다. 왜 갔을까. 공대가 잘 나갔기 때문이다. 정유회사만 들어가면 월급도 빵빵하고 미래도 보장된 다 했다. 당시 고교생들은 미래, 월급, 진로 등등의 단어는 잘 몰랐다. 3년간 자습실서 밤늦게 영어 외우고 수학 풀었다. 공대가 잘 나가니 공대로 가라한건 부모들이다. 부모들은 예나 지금이나 경기에 민감하다. 1990년부터는 의대가 잘 나갔다. IMF로 회사원들이 추풍낙엽처럼 밀려나자 안정되고 고수익 직업인 의대에 몰렸다. 1970년대는 의대는 드물게 진학했다. 상위권 30명 중 서울의대 진학한 고교 동기는 한 명이다. 지금은 공부 좀 한다면 모두 의대다. 먹고 사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진 이유도 있다. 

이 책은 바이오를 미래 직업으로 잡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첫 단추인 바이오 현황을 알려준다. 현실적으로 대학 학과 선정이 중요하다. 어떤 대학에 어떤 과가 있고 그 과 교수들은 어떤 분야를 전공하는가를 대략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과가 Red(보건의료), Green(농림식품), White(공정에너지) 분야인지를 알려주어야 했다. 기초과학이 본인 체질인지, 응용기술을 좋아하는지를 미리 알아보라는 의미였다. 바이오 학과에서는 4년 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졸업하면 어떤 분야로 취업하는지, 대학원을 가야하는지도 설명했다. 최근 바이오분야 취업 데이터를 그래프로 알렸다. 잘 나간다는 바이오분야가 학부취업이 왜 다른 전공보다 낮은지도 설명했다. 다른 전공보다 석사진학이 높은 이유, 석사 졸업 후 하는 일들을 최대한 자세히 소개했다. 학부취업률은 다른 전공보다 10% 정도 낮다. 대학원 진학률은 반면 20% 높다.  20% 석사출신들은 대부분 취업한다. 결국 학사, 석사 취업률을 더하면 바이오가 다른 전공보다 취업률이 낮지 않다. 기계, 화공, 전기 분야처럼 바이오에도 대규모 공장들이 들어서면 학사취업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는 대규모생산보다는 소규모, 고가 생산품 형태 산업이다. 앞으로 석사비중이 더 높아질 거라는 이야기다. 이공계는 상위권일수록 대학원 진학이 많다. 하지만 국내 10위권 이공계 진학률(30-40%)은 일본이공계 진학률(80-90%)에 한참 못 미친다. 인문계보다는 석사급 인력이 더 필요한 분야가 이공계 산업이고 바이오도 그런 의미에서 석사진학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학사취업률은 요즘 같은 취업불황시대에 초미 관심사다. 조금이라도 높은 학과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다. 대학 학과별 학사취업률 데이터를 실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하지만 특정대학 학과별 보다는 3-4개 대학 학과를 모아서 평균 취업률을 실었다. 이유는 이렇다. 바이오 학과를 고를 때에는 그 학과 취업률 보다는 학과 전공을 먼저 보자. 바이오 학과 간  취업률 차이 1-2%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전공 차이는 많이 날 수 있다. 전공을 취업률보다 우선시 하자는 이야기다. 그래도 그 학과 취업률이 궁금하면 대학 알리미 사이트를 클릭해라.

바이오 대학생들도 진로를 못잡고 있다.
이 책에 매달린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대학교 면담 때마다 학생들이 질문하는 내용에 뭔가 구체적인 대안을 주고 싶었다. 우선 내가 잘하는 게 무언지, 하고 싶은 게 무언지를 찾아보자고 했다. 대학생도 성인들이라 그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상외로 학생들은 본인들 적성, 진로에 깜깜했다. 아니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요즘 세대라 그런가? 돌이켜보면 필자 대학시절도 지금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자도 졸업반이 되도록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수업듣기 벅찼고 동아리활동에 바빴고 아르바이트 과외하기 정신없었다. 그렇게 군대를 다녀왔고 그렇게 회사에 취업했다. 회사는 지낼 만 했다. 하지만 맹숭맹숭 했다. 그냥 다니니까 다니지 흥이 나지 않았다. 대학원 생각이 났다. 갈까 말까. 이를 결정해준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주 가던 포장마차 아주머니였다. 

‘아직 젊잖아. 하고 싶은 거 해야지’

처음 진로에 대한 면담을 포장마차 주인아줌마가 해 준 셈이다. 중학 시절은 뭐가 뭔지 몰랐고 고교는 종일 수학문제 푸느라 뭘 할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과, 문과를 나누고 대학 학과를 정하면 어떤 사람 진로 반은 정해진다. 대학전공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은 전공을 정하는데 바이오분야가 좋다고 이야기 않는다. 바이오분야가 어떠냐고 알려주는 책이다. 

포장마차 주인처럼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다.

책 제목을 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 생명공학, 생물공학, 유전공학, 바이오테크놀러지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이 책은 직업, 진로선택 지침서다. 그렇다면 기술위주보다는 기술로 인해 생겨난 직업, 진로, 산업체 정보가 더 필요하다. 생명공학이란 단어는 생명현상을 다루는 기술이란 의미다. 하지만 환경, 에너지, 바이오센서, 지구온난화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바이오분야는 생명공학이란 단어보다는 바이오가 오히려 어울리는 단어다.

이 책으로 바이오분야 진로·직업을 ‘간단하게’ 설명하려던 필자 최초 의도는 많은 벽에 부딪쳤다. 우선 바이오학과가 다양해지고 변화 중이다. 어느 대학은 기존학과를 통폐합하면서 새로운 바이오 학부로, 새로운 바이오 학과로 한꺼번에 열 명이 넘는 교수를 충원했다. 생명과학분야만이 아니고 재료, 기계, 전자 전공에 바이오재료, 바이오기계, 바이오전자를 전공한 교수를 뽑기도 했다. 기존 비 바이오학과에 바이오 전공교수가 들어간 셈이다. 이런 호황덕분에 매번 다시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학과 이름 변화, 전공 교수진 증가, 이런 학문적인 것이 외에 변화가 심한 것은 취업과 진학, 그리고 산업체현황이다. 취업률이 증가했고 무엇보다 산업체가 늘어난 것은 바이오산업이 활발하게 일어남을 보여준다. 졸업생들 취업이 걱정스러운 선생 입장에서는 산업체가 늘어난다는 것만큼 반가운 게 없다. 30년 전 처음 대학에서 분필을 잡으면서 유전공학이 앞으로 중요한 분야가 될 것 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 했던 게 새삼스럽다. 전망이 좋아서 바이오분야에 학생들이 많이 왔지만 막상 산업체는 그리 쉽게 늘지 않았다. 기존 제약업체도 바이오분야를 쉽게 늘리지는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바이오산업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학문이 먼저 치고 나가면 기술·산업이 뒤따라온다. 그 간격은 20년이다’ 라는 어느 경제 전문가 말이 맞다. 필자도 직접 경험했다. 대학신입생이었던 70년대 후반, 전자공학과가 당시 대입합격 커트라인 1등이었던 화학공학과보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90년대는 IT산업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다. 학문 뒤에 산업이 따라옴을 보여 준 셈이다. 이제 IT를 넘어 BT가 뒤를 이어받았다.  BT 분야 학문이 급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BT 산업시대다. BT산업이 바로 황금알 낳는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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