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짐1 [수필 16]: 솔잎의 공중부양 마술쇼에서 사람이 누운 채로 붕 뜨는 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덩달아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마술 속 다른 사람 이야기다. 내가, 원하지 안 했는데도,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의 기분은, 좋기는커녕, '이젠 죽었구나' 라는 극심한 공포다. 그런 공중부양의 공포를 맛본 건 분당 중앙공원 돌계단에서다. 가을의 절정에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걷는 길에 낙엽들이 많다. 평지 낙엽은 낭만이다. 밟고 걸었다. 내리막길 낙엽은 지뢰다. 내리막길을 피해 돌계단을 택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에 발을 내려놓는 부분은 낙엽이 전혀 없었다. 다만 계단 뒷 쪽, 앞발이 안 닿는 곳에는 솔잎이 조금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위험은 없어 보였다. 돌계단의 돌 부분에 오른발 앞쪽을 디디었다. 착 달라.. 2023.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