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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항생제 내성균, 슈퍼버그를 잡아라 - 파지 바이러스

by 바이오스토리 2023. 7. 4.

(본 내용은 출판된 서적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9)의 처음 일부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병원 응급실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균에 감염되어 환자의 심장이 부어오른 것이다. 문제는 이 병원균이 항생제로는 잘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감염균은 항생제 주사 한 방이면 깨끗이 나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환자가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소위 ‘슈퍼버그(
Superbug: 다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것이다. 이 상태로 심장을 이식하면 병원균이 그대로 남아 있어 아무 소용이 없다. 
포기하려던 순간, 의사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약병을 하나 들고 왔다. 그 주사를 맞고 며칠이 지나자 환자는 숨쉬기가 쉬워졌다. 의사가 처방한 새로운 약이 슈퍼버그를 모두 없앤 것이다. 이후 환자는 성공적으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의사가 처방한 약병 속에 들어 있었던 건 ‘파지(phage)’, 즉 세균 전문 킬러 바이러스다. 인류멸망의 세 번째 원인으로 과학자들은 슈퍼버그를 손꼽는다. 과연 파지가 치명적인 슈퍼버그를 없앨 수 있을까? 자연의 블랙물질인 바이러스(파지)와 세균(수퍼버그)과의 전투를 들여다보던 과학자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아낸 것이다.

사진:파지 바이러스에 의해 탄저균(바탕에 깔린 균)이 용해되어 빈 구멍(가운데)이 생겼다.





사진: 박테리아에 달라붙은 파지 바이러스들(좌측 작은 원들). 이렇게 달라붙은 파지는 박테리아 내부에 DNA를 주입하고 내부에서 수를 불려 박테리아를 죽이고 터트려 나온다.




*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버그의 위협

전철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손잡이를 잡기가 꺼림칙할 때가 있다. ‘지하철 손잡이에 묻어 있는 균 중에는 항생제에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이 53%나 있다’는 뉴스를 접한 이후부터다. 

인도 병원 사망 환자의 13%는 수퍼버그에 감염되어 죽는다. 인도의 병원에 있는 모든 항생제를 다 써도 그 병원균을 죽이지 못한 것이다. 사람 몸 안의 병원균이 항생제에 죽지 않고 계속 자라면 그건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등에 찬물을 끼얹는다. 지금 이 상태라면 2050년도에는 매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이고,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2차 세계대전 중 부상으로 생긴 상처가 곪지도 않고 깨끗하게 회복된 것은 인류가 만든 위대한 항생제, 바로 페니실린 덕분이다. 그런데 왜 그 항생제에 죽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고 여러 종류에도 듣지 않는 슈퍼버그가 생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사람들이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 플레밍의 경고, 슈퍼버그의 출현

1942년,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주말인데도 집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뚫어지게 배양접시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병원균을 죽이는 항생제를 찾아야 했다. 병원균을 배양접시에 키우고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았지만 병원균은 멀쩡하게 자라고 있었다. 밤이 이슥해져서야 그는 실험실을 나섰다. 병원균이 자라는 배양접시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월요일 아침, 실험실에 들어선 플레밍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배양접시에 곰팡이가 자라 있었던 것이다. 늘 있는 일이었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곰팡이가 자란 근처에 병원균들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곰팡이가 병원균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항생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바로 페니실린이 처음 선을 보인 순간이다.
1945년, 노벨상 수상식 단상에 선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이렇게 말했다. 
“페니실린은 강력한 항생제이지만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이에 죽지 않는 ‘내성균’이 생길 것입니다. 그것도 바로 생길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항생제를 개발해 노벨상을 받는데 이 항생제가 소용없어질 것이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플레밍의 예측은 정확했다.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병원균이 바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페니실린은 더 이상 병원균을 죽이지 못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두 번째 항생제를 개발했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균이 생겼다. 세 번째, 네 번째 항생제를 계속 만들어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여러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다항생제 내성균’, 소위 ‘슈퍼버그’(superbug)가 생겨난 것이다. 

사진: 플레밍이 던져놓은 균 배양접시에 곰팡이가 자라나 페니실린을 생산해 균들이 죽어 투명한 원(상단 흰색)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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