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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5)바이러스 환경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84> 낙타는 공범 수준 … 메르스 발병 주범 알고보니 박쥐

by 바이오스토리 2019. 5. 12.

박쥐는 낙타와 함께 메르스의 온상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의 몸속에서 더 독한 놈으로 진화한다.

메르스 검출 동물 중 98%가 박쥐
백신 돈 안 돼 제약회사선 무관심

사스 - 사향고양이, 에이즈 - 침팬지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지구촌 위협

 

 

1997년 알래스카 에스키모 마을 브레비그 공동묘지에 삽·곡괭이를 든 장정들이 나타났다. 꽁꽁 언 땅을 한참 파내려 가더니 시신 한 구를 꺼낸다. 중년 여인이다. 허파 샘플을 떼어 내더니 급히 미국 육군연구소로 날아간다. 훌틴·토벤버거 연구팀은 샘플에서 바이러스를 살려냈다. 인류의 30%를 감염시키고 1억 명을 죽게 한 1918년 스페인독감이 최초로 얼굴을 드러냈다.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다. 홍콩독감(H3N2), AI(조류독감·H5N1) 등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원조다. 
 

이게 시작이었다. 최근 30년간 에이즈·사스·에볼라·메르스·지카 바이러스가 지구촌에 강펀치를 연속 날린다. 이름도 생소한 뎅기·치쿤군야열이 서식지를 벗어난 나라에서도 발병한다. 바이러스 폭풍의 전조인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다행이 우려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와 2015년 한국에서 감염자 28%를 죽게 한 독한 놈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0대 위험질병에 올린 바이러스다. 메르스는 낙타가 옮긴다. 모로코 사막여행에서 낙타에 올라타도 괜찮을까. 말레이시아 정글투어에서 뭘 조심해야 하나. 케냐 사파리투어를 하려는데 왜 아직 에볼라백신이 없어 불안하게 만들까. 
  
  
인류 멸망 원인 환경변화·핵·바이러스 순 
  
지구촌 위협 바이러스는 대부분 사람과 동물 사이를 들락거린다. 인수(人獸) 공통 바이러스다. 메르스·사스(코로나바이러스), AI·멕시코독감(인플루엔자A), 에이즈(HIV)가 대표선수다. 메르스-낙타, 사스-사향고양이, AI-오리, 멕시코독감-돼지, 에이즈-침팬지가 짝꿍이다. 
  
바이러스는 자기 짝꿍만 감염시킨다. 그런데 어떤 놈들은 이 짝꿍 장벽을 훌쩍 넘는다. 유전자가 불안정한 형태(RNA)인 놈들에게서 쉽게 변종이 생긴다. 2018년 6월 미국 미생물학회에 의하면 돼지만 감염시키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개를 감염시키는 변종이 생겼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유전자(H, N) 종류가 각각 18, 11개나 된다. 이것끼리 서로 섞이기만 해도 198종의 변종이 생긴다. 예방백신을 미리 만들어놔도 변종이 나타나면 허탕이다. 인류는 바이러스 진화속도를 앞지를 수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 50명에게 물어봤다.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은 무엇인가. 환경변화·핵전쟁 다음이 바이러스다. 인수 공통 바이러스는 밀림지역 야생동물 속에 살았다. 왜 밀림 속에만 있던 녀석이 튀어나와서 짧은 시간에 지구촌 전체를 감염시킬까. 『바이러스 대폭풍』 저자 네이션 울프는 3가지(밀림축소·가축증가·교통발달)를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기후변화다. 2015년 중미 에콰도르에 엘니뇨 홍수 발생 시 말라리아·지카 모기가 440% 늘어났다. 원인 4가지는 당장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최선의 방책은 무얼까. 최근 발생한 메르스를 보면 답이 보인다. 백신 개발과 신속 대응이다. 
  
  
박쥐 체내 메르스, 열과 싸우며 더 독해져 
  
낙타가 메르스의 주범이라고 밝혀진 건 640명 사망자 발생 2년 후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낙타 75%가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밝혔다. 이후 감염지역 낙타를 멀리했고 백신 개발 연구용으로 낙타를 사용했다. 하지만 낙타는 주범이 아닌 공범이다. 어떤 야생동물이 메르스의 최초 숙주인지 알아야 백신 개발, 신속 대응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5년간 3개 대륙 20개국에서 1만9000마리 동물을 생포하여 바이러스를 검사했다. 주범을 찾아냈다. 박쥐였다. 메르스가 검출된 동물의 98%가 박쥐였다. 아마존지역 박쥐가 총수 격이다. 박쥐는 1200종, 그 속에 3204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다. 박쥐는 메르스·사스·에볼라 등 각종 바이러스의 온상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왜 메르스에 걸리지 않을까. 박쥐는 날면 체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 사람이 감기 걸리면 열나듯 박쥐도 열로 바이러스를 억누른다. 박쥐와 바이러스는 체내에서 티격태격 싸운다. 덕분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독한 놈으로 진화한다.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를 알았으면 이제 메르스 백신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제약회사는 관심이 없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계속 맞아야 하는데 백신주사 한 번으로 예방되면 더 이상 사용 안 한다. 게다가 후진국에서는 비싸서 못 맞는다. 
  
지구촌이 머리를 맞댔다.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5개국이 메르스 백신 개발비용으로 6000억원을 모았다. 빌 게이츠가 앞장섰다. 올해 1차 임상에서 98% 효과를 보였다. 한국에서 추가 임상을 진행한다. 빌 게이츠는 한발 더 나아갔다. 바이러스 변종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듣는 인플루엔자 만능백신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아이디어 제안만 해도 120억원을 지원한다. 
  
뜻있는 부자, 생각 있는 지도자, 열정 있는 과학자가 대응책을 찾을 것이다. 그동안 지구촌민은 기본위생을 지키자. 야생동물을 멀리하자.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감기와 독감 차이
감기가 독해지면 독감이 되지 않는다. 병원체(바이러스)가 다르다. 감기는 리노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종 중 하나 이상에 감염된다. 수시로 발생한다. 콧물·기침·가래가 생기고 7~10일이면 사라진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증상은 감기보다 독하다. 갑자기 오한·고열·설사·근육통이 생기고 3주 이상 지속한다. 감기는 원인바이러스가 너무 많아 백신이 불가하지만 인플루엔자는 예방 접종된다. 접종 2주부터 항체가 생기고 6개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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