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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출판도서

[기자서평-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30] 산길 걷다 옷에 붙은 씨앗 뚫어지게 보다 떼돈 번 사연

by 바이오스토리 2013. 6. 25.

산길 걷다 옷에 붙은 씨앗 뚫어지게 보다 떼돈 번 사연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0』

글 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 제328호 | 20130623 입력

흔히 ‘찍찍이’라 부르는 벨크로. 이 책의 저자는 이 ‘찍찍이’를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편리한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왜일까.
벨크로는 유명한 과학자가 몇 년간 고생해서 만든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반짝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주인공은 1941년 사냥개와 야산에 오른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게오르그 드 메스트랄. 한참 걷다 보니 옷에 씨앗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털어버렸겠지만 그는 현미경을 들이댔다. 그런데 이게 뭔가. 씨앗이 갈고리로 무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계 최초의 섬유 접착포를 만들었다. 덕분에 떼돈을 벌었다. 지금은 일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찍찍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이 입었던 전신 수영복을 보자. 남자 선수의 경우 대개 ‘민망한’ 짧은 팬티가 대세였는데 그는 온몸을 가렸다. 왜 그랬을까. 상어가 준 아이디어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속 50㎞로 헤엄을 쳐 가히 ‘물속의 제비’라 불릴 만한 상어의 피부는 언뜻 매끄러워 보인다. 물의 저항을 줄여야 할 테니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꺼끌꺼끌하다. 피부돌기 때문이다. 실험해 보니 신기하게도 이 돌기가 물의 저항을 오히려 줄여 스피드를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 피부를 본떠 만든 것이 박태환 수영복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 학계는 세상의 모든 생물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홍합의 끈적한 족사, 피의 응고를 막는 거머리의 능력, 도마뱀의 미끄러지지 않는 발바닥은 각각 의료용 접착제, 혈전 제거제, 게코 테이프라는 아이디어로 발전 중이다. 작은 박테리아에서는 인공 눈을, 철새의 습관에서는 자성 나노입자를, 살모넬라균에선 암치료 기술을 얻어내려 애를 쓴다.

이 책은 『자연에서 발견한 위대한 아이디어 30』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자연에서 발견되고 활용돼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와 그의 현실적 적용을 보여준다.

1장은 상어의 비늘, 방울뱀의 적외선 센서, 연꽃의 수퍼 방수기능에 숨어 있는 자연의 비밀을 들려준다. 2장은 작은 미생물이 갖고 있는 거인 같은 역할, 3장은 암세포만 찾아가는 식중독균 같은 자연의 기술을 응용한 사례를 담았다. 또 4장은 인체에 관한 이야기, 5장은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한 해법을 자연에서 모색하는 길을 설명한다.

언뜻 보면 과학 상식류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케이블 TV 채널 ‘넷 지오’는 자연의 위대함을 잘 보여주는 좋은 자연 과학 채널이다. 인간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동물들을 보며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대개는 ‘아! 그렇구나’ 하는 선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자연과 생물의 위대함에 대한 감탄을 넘어 어떻게 이 능력을 인간 사회에 적용해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사람과 과학의 조화를 위한 ‘자연 응용 개론서’인 셈이다.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키는 과정은 요즘 화두인 창조경제에도 뭔가를 시사한다.

주위를 찬찬히 돌아보라. 길가에 핀 ‘내가 이름 모르는 꽃’에도, 날아다니는 꽃씨에도, 지저분해 보이는 유기견의 코에도 자연의 놀라운 기적이 숨어 있다.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은 새로운 창조의 텃밭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인간은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에서 아직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깔린 깊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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