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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5)바이러스 환경

말라리아모기, 불임유전자 지닌 ‘내시모기’ 퍼트려 없앤다.<94>

by 바이오스토리 2020. 1. 6.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필리핀 정부는 이달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뎅기열모기가 6개월 사이 85% 늘었고 456명이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감염자만 10만 명이다. 연간 40만 명을 죽이는 말라리아모기와 함께 아프리카 열대지방 ‘무서운’ 모기들이 아시아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까지도 진출한다. 온난화 때문이다.
 

유전자드라이브 기술 개발
유전자 가위에 불임유전자 탑재
짝짓기 생물체에 전파돼 씨 말려
내시 유전자가 돌연변이 일으켜
‘변강쇠’로 바뀌어 퍼질 우려도

 

뎅기열모기는 지카 바이러스도 옮긴다. 2016년 브라질 지카모기로 평상시보다 20배 넘게 소두증(小頭症)아이가 태어났다. 긴급방역도 효과가 없었다. 다급해진 브라질 정부는 유전자변형(GM) ‘내시’모기를 투입준비했다. 후손모기는 모두 불임이 된다. 예비테스트 결과 모기를 90% 없앴다. 하지만 많은 내시모기가 초반에 투입되어야 한다. 또 90%까지 줄였다고 질병모기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건 아니다. 좀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내시모기를 조금(12.5%)만 투입해도 이들이 퍼져 나가 7~11세대(약 4~6개월) 만에 질병모기가 ‘모두’ 죽었다. 실험실 결과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즉 특정 모기 씨를 말리는 방법이다. ‘유전자드라이브(Gene Drive)’ 기술이다. 연 100만 명이 모기로 죽어 간다. 빌 게이츠 재단 지원 질병모기퇴치 연구로 탄생한 이 드라이브 기술을 기다린 나라는 따로 있었다. 뉴질랜드다. 외래종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전자드라이브 기술은 어떻게 특정 모기, 쥐를 멸종까지 시킬 수 있을까. 이 기술은 판도라 상자일까.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쥐 실험 성공
 

유전자드라이브 작동원리

 

 

영화 ‘반지의 제왕’ (2003·미국)은 인간·호빗·난쟁이 종족들 대서사시다. 뉴질랜드에서 촬영되었다. 대륙과 동떨어진 덕분에 고유한 생태계가 잘 유지되어 왔었다.
 
1769년 영국 제임스 쿡 선장이 엔데버호를 타고 뉴질랜드를 발견한다. “깊은 숲속 수많은 새 소리에 귀가 멍멍했다”고 기록했다. 불과 250년이 지나지 않아 그 많던 새 40%가 멸종했다. 새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종이 전 세계 35%로 가장 많다. 외부 침입종 때문이다. 배를 타고 들어온 쥐다. 천적이 없었던 이놈들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수십 년간 덫·펜스·독약 등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생태계가 뒤흔들리자 뉴질랜드 정부는 2050년까지 침입외래종 박멸을 천명했다. 이 기간이 당겨질 수도 있다. 바로 유전자드라이브 기술이 쥐(포유류)에서도 성공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암컷 쥐(흰색) 한 마리에게 ‘검정색소 유전자’ 주사를 놓았다. 이놈을 쥐(흰색)들이 들어 있는 상자에 집어넣었다. 상자 속 암수 쥐들은 자유롭게 교미를 했고 새끼 쥐들이 태어났다. 새끼 쥐들이 검정색을 가질 확률은, 멘델유전법칙에 의하면, 50대50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100%였다. 즉 검정색소 유전자가 산불처럼 퍼져 나간 거다. 멘델법칙을 다시 보자. 부모(Aa)에게서 만들어진 정자·난자는 A, a 이고 50대50이다. 이 정자, 난자가 서로 만나 수정란이 된다. 수정란 종류는 AA·Aa·aa이고 확률은 1:2:1이다. 이게 멘델유전이다. 그런데 A속에 유전자드라이브를 탑재(A′)해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a가 A′A′로 변한다. 즉 A′ 속 유전자드라이브가 a로 복사된다. 검정색소 유전자가 들어간 유전자드라이브 덕분에 실험실 흰쥐 후손들이 모두 검정색으로 변한 거다(그림).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사용한 유전자드라이브는 실제로는 ‘초정밀유전자가위(CRISPR/cas9)’세트였다. 가위가 DNA를 뭉툭하게 잘라 버리면 그 부분을 생물체가 스스로 수선하면서 가위세트가 복사되어 들어간다(그림). 만약 가위세트에 ‘불임’유전자를 탑재하면 짝짓기로 만나는 모든 암수 생물체에 이 불임유전자가 복사·전파되어 멸종한다. 모기에서는 이미 성공했었지만 포유류에서는 처음이다. 유전자드라이브 기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작은 모기다.
 
중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려면 모기를 조심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주사가 필수인 나라도 있다. 모기연구는 진행형이다. 모기 장내 박테리아를 이용하거나 유전자변형(GM)된 내시모기, 항체모기가 개발됐다. GM모기는 효과가 있었다. 단, 초반에 많은 GM모기를 투입시켜야 이놈들이 모든 암컷모기를 만날 수 있다. 설사 99% 죽여도 한 마리가 남아 있다면 다시 살아난다. 박멸이 아닌 임시 퇴치다. 박멸시키려면 내시유전자가 불길처럼 스스로 퍼져나가야 한다. 유전자드라이브 기술은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아니다. 생명체가 태어난 이래 있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름을 붙였다. ‘이기적 유전자(selfish gene)’다. 이놈들은 자기 유전자를 어떻게든 후세에 전파한다.
 
내시모기는 야생종보다 적응력이 약하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이용하면 환경적응력이 약해도 야생에서 산불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 멸종 위기종에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를 탑재시키면 멸종을 막을 수도 있다. 현재 주 연구 분야는 외래침입종·특정해충 박멸이다.
 
2019년 인천항에 비상이 걸렸다. 불개미가 다시 발견된 것이다. 2018년 부산항 야적장에서 발견된 이래 벌써 5번째다. 남아메리카에만 살던 놈들이 화물선을 타고 옮겨온 것이다. 이 불개미가 국내에 자리를 잡고 번식해 나간다면 토종개미들은 사라진다. 황소개구리나 베스는 식용으로 수입되었다가 퍼져 나간 경우다. 이놈들이 생태계 상위층으로 자리 잡아서 토종 개구리나 물고기가 소멸될 위험이 있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유전자드라이브를 사용할 것인가, 이 방법은 안전할까.
 
멸종 위기종에 탑재하면 번식도 가능
 
유전자드라이브는 암수가 짝짓기하는 경우만 적용된다. 스스로 분열하는 박테리아·바이러스는 대상이 아니다. 빠른 속도로 번식하는 모기·쥐 등이 대상이다. 지구 전체 모기는 3500종이다. 그중 말라리아모기, 지카·뎅기열·황열모기 2종이 목표다. 1800종 쥐 중 뉴질랜드 외래침입 9종이 대상이다. 비록 없애려는 종이 적다 해도 이런 가공할 기술을 야생에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까.
 
유전자드라이브 위험성은 크게 3종류다. 첫째 원치 않는 돌연변이가 유전자드라이브 따라 전파될 수 있다. 내시유전자가 ‘변강쇠유전자’로 바뀌어 전파된다면 말라리아가 더 퍼지지 않을까. 둘째 내시유전자가 말라리아모기가 아닌 다른 모기, 동물에 옮겨 갈수 있다. 셋째 말라리아모기를 없앴다고 해서 말라리아 원충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른 숙주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태계에서 확실한 안전장치가 없는 한 이 기술이 적용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유전자드라이브 연구자체를 원천봉쇄하자는 환경단체 제안에 유엔 내 아프리카 국가들이 반대했다. 모기로 매년 100만 명씩 죽어나가는 곳이 아프리카다. 죽음이 코앞에 와 있고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는데 연구마저 중단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강력한 기술일수록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자연생태계를 인간이 마음대로 조절한다는 게 옳은 일일까. 과학 자체는 순수하다. 원자력을 발전에 쓸 것인가 폭탄에 쓸 것인가 선택은 언제나 인간들 몫이다. 칸트는 말한다. "과학은 지식이다. 지혜는 과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복사시키는 ‘이기적 유전자’ 활용

적자생존(適者生存), 즉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종이 살아남아 진화한다. 이게 멘델 유전법칙이다. 100년 전 여기에 맞지 않는 유전자들이 발견됐다. 이놈들은 자기 주인인 동·식물이 죽든 말든, 유전자를 후대에도 계속 유지하려 한다. 환경최적합 유전자가 선택·전달되는 게 아니라 유전자가 종을 선택해서 유전자를 전달한다는 ‘이기적 유전자’ 학설이다.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모계로만 직접 전해지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이리저리 맘대로 옮겨 다니는 ‘점핑 유전자’다. 점핑유전자는 동식물 전체 유전자 중 30~80%나 된다. 하나 더 있다. 만나는 족족 상대방에게 자기 유전자를 복사·삽입시키는 이기적 유전자(귀소유전자)다. 바로 이놈에게 특정유전자를 탑재시키는 기술이 유전자드라이브다. 진화 주체가 생물체인가 유전자인가.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은기 인하대 교수 ekkim@inha.ac.kr

 


서울대 졸업. 미국 조지아공대 공학박사. 한국생물공학회장, 피부소재 국가연구실장(NRL), 창의재단 바이오 문화사업단장 역임. 인하대 바이오융합연구소(www.biocnc.com)를 통해 바이오테크놀로지(BT)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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