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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산삼, 오분자기(전복)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7.

바다의 산삼, 오분자기(전복)

 

평소에도 가리는 음식이 없는 나는 여행을 가면 무조건 삼시세끼는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한다. 간혹 강릉의 어느 유명한 닭 강정 집이나,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서 제일간다는 유부주머니 등 그 지역을 방문해야만 먹을 수 있던 음식들이 요즘은 택배로 당일 배송이 되어 안방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지에서 바로 맛 볼 수 있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간혹, 음식이 안 맞아서 배탈이 나기도 하지만 그것도 여행 중의 하나의 추억이어서 나중에 회상 할 수 있으니 놓칠 수 없는 여행의 묘미다. 몇 해 전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메뉴판에 생소한 오분자기 뚝배기가 쓰여 있길래 과감하게 주문하고 기다리니 인심 좋은 인상의 식당 아주머니께서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를 내 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그 작은 뚝배기 안엔 전복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것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래서 오분자기가 전복의 새끼 인가요?’ 했더니, 전복은 전복이고 오분재기는 오분재기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오분자기는 제주도에서는 '오분재기'라고도 불린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그 모양이 흡사 작은 전복의 모양을 하고 있다. 껍데기의 지름이 약 80mm정도이고, 작은 타원형에 68개의 구멍이 있으며 전복과 다른 점이라면 구멍이 껍데기 위로 솟아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복을 그대로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껍데기 표면은 녹갈색, 안쪽 면은 진주광택을 낸다. 전복의 껍질과 마찬가지로 껍데기는 나전공예의 재료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오분자기와 같은 조개류의 껍질을 바이오 산업에 접목한 사례도 있따. 오분자기처럼 단단한 껍질에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조개류의 껍질은 분필과 같은 성분인 탄화칼슘과 같다. 분자식으로 칼슘(Ca)과 탄소(C)의 화합물로 구성된 탄화칼슘은 매우 단단하다. 그렇다면 탄화칼슘으로 구성된 분필은 단단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조금만 힘을 줘도 금세 부서져버린다. 어떻게 된 것일까? 쉽게 설명하면 다이아몬드와 흑연을 생각하면 된다.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같은 탄소지만 배열과 구조가 다르다. 이에 과학자들은 조개껍질을 구성하는 탄화칼슘의 구조가 외부의 충격에 매우 강한 것을 밝혀내어 총탄에도 잘 견디는 탱크의 외피가 탄생 된 것이다. 이전에 인간이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였다면 이제는 그 속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생체모방 기술로 발전 해 가고 있다.

제주도 특산물은 오분자기는 철분, 칼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맛 또한 쫄깃한 식감에다 담백하기까지 하다. 그 이후 오분자기 맛에 푹 빠진 나는 제주도에 갈 일이 있으면 이 오분자기 뚝배기를 꼭 먹고 온다. 대형마트에 가면 바나나, 양배추, 당근 등 미니채소를 볼 수 있는데, 이 미니채소는 작지만 영양은 큰 종자 못지않게 들어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오분자기도 왠지 전복 못지않은 영양이 들어 있을 것 같은데. 집에 계신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아마 `전복죽'일 것이다.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고 소화도 잘 되며 고급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전복요리는 예부터 궁중요리의 재료로 쓰이던 매우 귀중한 요리이고 지금도 양식이 아닌 자연산 전복은 서민에게 여전히 비싼 재료임이 확실하다. 그런데, 진시황이 불로장생에 좋다고 구했던 것 중에 우리나라 제주산 전복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온다. 그만큼 전복은 조개류 중에서도 영양가가 높고 귀한 식품으로 평가되어 왔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전복이 생산되지만 우리나라 전복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복류는 전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넘으며 우리나라에는 전복류에서 제일 작은 오분자기를 비롯하여 말전복, 시볼트전복, 까막전복, 참전복 등 다섯 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오분자기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생산이 된다. 오분자기는 전복의 일종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큰 것이라도 길이가 7~8c를 넘지 못하는 성장한계로 인해 전복보다 작다.

전복은 특유의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맛이 좋아 회로 즐겨 먹으며, 불에 익혀서 먹으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미식가들이 주로 봄에서 초여름에 먹는 전복 회 맛은 살이 단단해서 촉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전복은 글루타민산(뇌에 공급되는 두 가지 영양소 중 하나 포도당과 지방을 대사 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중앙신경계로부터 암모니아를 제거하여 신장으로 운반하여 준다.) 글리신 등의 성분이 있어 감칠맛과 달콤한 맛이 나며 지방질이 다른 생선보다 아주 적고 단백질이 많이 때문에 남녀노소 건강식으로 추천되고 있다.

눈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생선을 살 때 눈알이 맑은 것을 고르듯 사람도 눈이 맑아야 오장육보가 건강하다하고 믿는 것이다. 버릴 것 하나 없이 오분자기(전복류) 껍데기는 한방에서 석결명이라 부르며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다. 석결명은 전복의 껍질을 말려 곱게 빻은 것을 말하는데, 전복은 조개류 중에서도 수분함량이 많고 단백질, 지방 함량이 적은 편이다. 석결명에는 비타민B1과 비타민B2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특히 미네랄 역시 풍부하게 들어있다. 각종 안과질환과 시력감퇴에 효능이 있으며 눈부심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큰 효능이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너나 할 것 없이 안경들을 쓰고 있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호기 가득했던 청년들이 어느새 중년을 넘기고 제일 먼저 눈에서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사람이 생명을 다하면 제일 먼저 생명의 기운을 잃어가는 것이 눈이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노안인데, 그래서 안경을 다들 쓰고 있었던 것이다. 전복 껍질을 식초에 담갔다가 굽고 구운 껍질을 다시 식초에 담기를 3~4차례 거듭한 다음 곱게 가루로 만들어 하루 3회 매회 4g씩 공복에 따뜻한 물로 복용하면 눈의 노화속도를 둔화시킨다고 한다.

오분자기의 맛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급격하게 사라져 가고 있는 오분자기의 자원회복을 위해 종자를 바다에 방류하는 작업을 제주자치해양 연구소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오분자기는 2000년 이전까지 그 개체가 많고 서식지도 전복처럼 깊지 않고 얕은 곳에 서식하고 있어 어르신들의 어업수입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0년 기점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되어 자원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해양수산연구원은 오분자기 품종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과 방류에 이은 체계를 확립하여 제주 향토음식인 오분자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 지쳐 힐링을 목적으로 휴양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마저도 시간이 없다면 오분자기 한 뚝배기 해 볼 것을 권해 본다. 한 모금 떠 마시면 마치 바다의 짠 향기가 가득 차오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오분자기 한 뚝배기 하시겠습니까?’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자료출처

제주 사이버 삼다관 http://www.jejusamda.com/common/c_dataView.php?id=Y03040200&no=13

의사신문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6468

전복에 대하여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oyota91&logNo=16933672&redirect=Dlog&widgetTypeCall=true

제주에 사라져가는 오분자기 http://m.youngju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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