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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6)사이언스올(창의재단) 바이오에세이

겨울바다의 맛, 과메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2. 2.

겨울바다의 맛, 과메기

 

이른 아침 저마다의 삶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입에선 겨울이 오나 보다.’ ‘짧은 가을이 다 갔네.’ 주문처럼 읊는다.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음식으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각종 필수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음식을 먹어야만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그래서 이렇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양손 가득 번들번들한 기름을 묻히고 맛보는 과메기 철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대미각도 식도락가도 아니지만 그 계절을 타는 식재료는 사시사철 맛 볼 수 있는 음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 번 먹어본 사람은 해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꼭 찾게 된다는 과메기는 지금은 흔하지만 예전에는 통영 포항의 특산물이었다.

 

과메기의 어원은 한자어로 관목청어(貫目靑魚)’. 한자를 뜻풀이를 해 보면, 뚫을 관()에 눈 목()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겨울에 잡힌 청어를 정확하게 뼈를 사이에 갈라 거친 바닷바람에 그대로 건조시킨 과메기는 원 재료는 청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영일현(迎日縣) 항목 기록된 내용 중, 해마다 겨울이 되면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에 청어가 제일 먼저 잡혔는데, 제일 먼저 잡은 청어는 임금님께 진상(進上)한 후에야 각 고을에서 청어를 잡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39년 동아일보에 실린 조선의 중요 수산물이란 기사에 19세기 말 배가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청어가 수도 없이 많이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포항 현지에서나 시중에서 사서 먹는 과메기는 청어가 아닌 꽁치다. 어떻게 청어에서 꽁치로 바톤 터치가 되었을까? 청어는 원래 동해, 서해, 남해에서 두루 잡히는 생선이지만 유독 포항 앞바다에서 잡히는 청어가 맛에서는 으뜸이었다고 한다. 포항에서는 겨울철이면 제일 흔하게 잡히던 청어를 소금에 절여 보관하던 것이 과메기였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청어의 어획량이 급격이 줄어들어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과메기는 자연 그대로 실외 그늘진 곳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자연적으로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데,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을 완전히 말리는 것이 아닌 살짝 꼬들꼬들한 정도만 건조를 시킨다. 생물 꽁치가 과메기로 숙성이 되는 과정에서 노화현상을 억제하는 효능과 뼈가 약해지는 것을 억제하는 핵산의 양이 많아져 생물 꽁치를 먹었을 때보다 더 많은 영양을 섭취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메기의 영양학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각종 성인병 예방은 물론 애주가들의 숙취해독, 중년 여성들이 영원한 고민인 피부노화방지,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 있어 하는 피부미용에 효과가 좋은 웰빙 식품이다.

과메기는 육안으로도 그 기름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편인데, 전체 29.8%로 실로 높은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과메기의 지방질 중 특히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DHA EPA 함량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데, 실제 일본에서는 EPADHA가 의약품으로 인가가 되어 있을 정도로 그 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EPADHA의 작용으로는 혈관 확장하며 혈소판 응집 억제해 주며, 혈압 강하에 좋고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시켜주며, 혈액점도 저하와 심근경색과 뇌경색 방지 등등 여러 작용들이 있다. 이렇게 고도불포화 지방산의 역할로 성인병예방의 탁월한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잔가시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긴 과메기. 벌써부터 두 손 가득 흥건해진 과메기의 기름기는 식욕을 자극하기 충분한데, 미역, 김 한 장 깔고 과메기 한 점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올려 입 안으로 집어 넣어본다. 과히 겨울바다를 맛으로 표현 해 보라면 과메기의 맛일 것이다 얘기 하고 싶다. 그런데 왜 꼭 과메기는 미역과 싸 먹는 것일까? 여기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놀라운 음식의 과학적 궁합이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함량이 높아 맛과 식감이 좋은 과메기는 그 맛에 한 점만 먹고는 못 배길 것이다. 한 점 두 점 먹다보면 앉은자리에서 과메기 한 묶음은 뚝딱 해치우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그러다보면 과메기의 높은 지방 함량으로 인한 과도한 지방 섭취 때문에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미역은 지방이 체내에 흡수 하는 것을 낮춰주어 설사를 예방하기 때문에 기름진 과메기를 먹을 때 함께 먹는 것이다. 또한, 미역의 성분 중 하나인 알긴산은 과도한 지방 섭취로 인한 혈관에 쌓이는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어 동맥경화 방지에도 좋다.

 

손질이 다 되어 있어 별도의 가공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과메기는 생선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비리다. 안 비리다.’ 호불호가 가릴 수 있겠지만, 바닷바람을 흠뻑 맞고 말려진 과메기는 비리지 않고 쫀득한 식감과 고소하고 묵직한 맛을 낸다. 꽁치는 고등어와 같은 등 푸른 생선에 속한다. 비린 맛에 익숙한 거친 바다사람들이 배위에서 맛봤던 고등어 회를 대중에게 처음 소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고등어를 회로? 그런데, 따지고 보면 꽁치도 등 푸른 생선이요 꽁치로 만든 과메기를 별다른 가공 없이 날로 먹는 것이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맛이 진한 생선을 먹을 때는 그것을 중화 시켜주는 또 다른 식재료와 함께 먹으면 음식간의 서로 부족한 영양분도 보충하고 맛을 극대화 시키는 장점이 있다. 과메기에 미역과 마른 김 그리고 신선한 야채를 함께 곁들이면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짭짜름한 감칠맛은 밥반찬의 역할보단 술안주와도 잘 어울린다. 옛말에 과메기와 술을 마시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애주가들이 과메기와 술을 많이 마시기 위한 변명(?)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로 과메기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의 효능 때문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산은 숙취해소를 돕는데 바로 과메기 안에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술안주로 함께 먹으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불어오는 저 바람의 차가움이 더 깊어지면 살이 포동포동 오른 꽁치 떼가 포항 앞바다에 가득 몰려올 것이다. 그 꽁치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고 과메기가 될 것이다. 겨울이 아니면 맛 볼 수 없는 과메기. 그 맛을 잊지 못한 나는 또 단골집 문턱을 넘을 것임이 틀림없다.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자료출처 :

음식에 제철이 있는 이유 http://www.hani.co.kr/arti/science/kistiscience/562315.html

과학속의 식품 이야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kistiscience/562315.htm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음식 http://tip.daum.net/question/13046208

추워야 제 맛인 꽁치 과메기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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