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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6)사이언스올(창의재단) 바이오에세이

포도와는 또 다른 맛, 머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 31.

 

포도와는 또 다른 맛, 머루.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애 살어리랏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려 가요인 [청산별곡/ 작자미상]1연인데, 여기에 나오는 '멀위'는 머루를 뜻한다. 얼핏 보면 포도와 구분이 안가는 머루는 원초적인 포도이다. 작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노래 가사에 머루가 쓰일 정도로 당시에도 흔했던 것으로 유추해 본다. 사실 머루는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산열매로 우리 조상들은 쉽게 머루의 맛을 보았을 것이다.

머루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덩굴성 목본으로 해발 100미터 이상 되는 계곡인근에 자생하고 있으며, 더위가 절정일 때 맛 볼 수 있는 포도와 달리 가을이 되어야만 농후만 맛을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머루는 포도와 달리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은 편에 속해 금방 물러지는 동시에 금방 발효가 일어나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기엔 불편함이 많았다. 생과일로 먹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던 머루의 특이성을 보안해 1970년대 머루를 즙으로 만들어 상품화하기 시작했고 점점 머루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났다. 그렇다고 머루를 포도처럼 밭에서 재배하게 된 것은 아니다. 앞서 얘기 했듯이 머루는 해발 100미터가 넘는 높은 산간지역에서 자생되는 식물이기에 머루의 재배지는 고랭 산간지에서나 가능하다.

 

, 지금 지갑에 5만 원 권 지폐가 있다면 꺼내 보자, 지폐의 앞면에 보면 신사임당의 어깨 부분에 묵포도도'(墨葡萄圖)가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묵포도가 아닌 머루 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어떤 알맹이는 익었고 어떤 알갱이는 익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포도와 그 생김새가 매우 유사한 머루는 머루만 봐서는 쉽게 머루인지 포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머루와 포도를 함께 놓고 비교 해 보면 그 차이점을 즉시 알 수 있는데, 우선 머루는 포도보다 알이 작은 편에 속한다. 산머루를 개종한 왕머루 역시도 포도의 알보다는 작다. 그리고 한 송이에 매달린 알갱이가 동시에 익어가는 포도와 달리 머루는 한 송이에 달린 알갱이라고 할지라도 제각각 따로따로 익어간다. 그림을 보면 한 송이에 익은 알과 익지 않은 알이 함께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머루 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웰빙의 바람과 함께 컬러푸드’(color food)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상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그 중 보라색 식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머루나 포도처럼 보라색을 띄는 과일 채소류에는 안토시니안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보라색을 띄는 색소를 안토시니안이라 부른다. 안토시니안의 대표적인 효능은 바로 눈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막힘없는 드넓은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의 시력은 매우 좋다. 반면 급변하는 현대화에 빌딩의 숲에 갖혀 지내는 우리나라 현대인들의 시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등 미디어 기계를 자주 접하는 환경적 요인도 있을 것이다. ‘안구건조증이라는 질환이 생소하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인공눈물을 상비약처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머루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안토시니안은 눈 건강에 매우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사실 머루는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속한 식품 중 보라색을 띄고 있는 블루베리보다 더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머루는 타임지 선정 10대 건강식품에 속하지 못했을까? 이유인즉슨 머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남아시아에만 있어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루 알갱이를 보면 마치 어린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떠오른다. 이렇게 까맣게 잘 익은 머루는 칼슘, , 철분, 화분 및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데, 이것은 포도보다 10배 이상 많다.

 

늦여름이 지난 지금쯤이면 무주에는 잘 익은 달콤 시큼한 머루의 향이 지천에 깔린다. 서양에 와인이 있다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와인인 머루주가 있다. 누군가는 와인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행 비행기를 탔다고 하는데 나는 머루주 기행을 하기 위해 전라북도 무주를 향했다. 전라북도 무주군에서부터 경상남도 함양까지 길게 걸쳐진 덕유산 능선자락에 도착 해 크게 한 숨 들이마시자 이곳에서 머루만의 독특한 향이 느껴진다. 고려의 충렬왕이 원나라 황제가 선물한 포도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이후 신라시대 때 머루로 포도주를 담궈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무주에서 처음 머루주를 담은 사람은 덕유양조의 이재국 씨라고 한다. 그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무주에 딱히 내 새울 만한 특산품이 없어 고민하던 중 무주의 노래 중 머루 달래 익어가는 무주~’라는 소절을 생각 해 내어 머루주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에서부터 시작된 지역사랑이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덕유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자란 머루로 만든 머루주는 와인보다 더 깊은 맛과 향을 풍부한 향을 자랑하며 와인보다 약 10가량의 칼슘을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잘 숙성된 머루주의 맛은 첫 맛은 달콤하고 끝 맛은 황홀하다. 마치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아침이슬을 마시는 나비가 된 느낌이다.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말할 수 있겠지만, 머루주를 맛 본 사람이라면 공감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루주는 피로회복과 항암작용이 뛰어난 것을 알려 져 있어 예부터 자양강장제로 주로 애용되어 왔다. 시력보호, 시력개선, 노화방지, 항산화효과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낮춰준다. 또한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팔다리가 저리고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일에 쫓기고, 사는 것에 쫓겨 잠시의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일상의 반복으로 지쳐 있다면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마주 앉아 머루주 한 잔 마셔보는 건 어떨까? 물론 엄청난 미각을 가진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프랑스 와인도 좋겠지만, 결론은 우리 몸엔 우리의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늦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밤바람에 무주의 머루향이 가득 느껴지는 날이다.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자료출처

파주 감악산 머루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3&contents_id=3636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05/10/14/200510140500003/200510140500003_1.html

한국전통음식 포털

http://한맛한얼.net/tf/contents/contentsView.do?rbsIdx=81&page=22&contentsCode=2012101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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