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교수의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5-재미있는 바이오이야기/(6)사이언스올(창의재단) 바이오에세이

간잽이 할아버지의 손 맛, 간고등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1.

간잽이 할아버지의 손 맛, 간고등어!

(경북 안동 간고등어)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다녀온 아내가 고등어를 사왔다. 자신은 비린 것을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으면서도 남편인 내가 고등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온 것이다. 오늘 저녁은 짭짤하게 소금 간이 잘 베인 고등어가 반찬으로 올라 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 침이 고인다. 지금이야 고등어의 어획량이 늘고 가격도 많이 싼 편이어서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필자의 어린시절에는 고등어는 아버지 월급날이나 귀한 손님 대접 또는 생일에나 맛 볼 수 있는 귀하디귀한 생선 중의 하나였다.

잘 달아 오른 숯불 위에 자글자글 구워지던 고등어의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버지는 혹여 남아 있을지도 모를 가시를 잘 바른 다음 고등어 살점을 우리 밥 위에 척척 올려 주시곤 정작 당신은 고등어 뼈에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살점을 드시곤 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고등어를 보면 아버지의 사랑이 문득 떠오른다.

 

생선의 이름 중에 끝에 자로 끝나는 생선은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죽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성질이 급하기론 이 고등어도 절대 지지 않는다. 그래서 생식()을 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생선이다. 간혹, 고등어가 잡히는 현지에서 막 건져 올린 고등어 회를 먹어 봤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난 아직 고등어 회의 맛을 보지 못했다.

가을 고등어는 어느계절보다 기름이 잘 올라서 휠씬 맛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도 안 준다는 속담도 있다. 고등어하면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어디 일까? 바로 안동 간 고등어이다.

사실, 안동은 바닷가가 아닌 내륙지방이어서 고등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잡히지도 않는 고등어가 이 지역의 특산물이 되었을까?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오로지 육로로 사람이 직접 운반을 해야 했던 시절, 안동과 제일 가까운 곳의 바닷가인 영덕에서 잡은 고등어를 안동으로 운반하였다고 한다. 걸어서 꼬박 이틀이 걸리는 거리 그것도 성질도 급해 잡자마자 죽어 버려 신선도가 떨어져 부패하는 것을 방지 하고자 잡은 즉시 소금 간을 하게 되었고, 안동으로 이동하는 동안 적당히 숙성된 고등어가 딱 간이 들어가 특유의 감칠맛을 내게 되었다. 그래서 안동의 간고등어가 유명해 진 것이다.

 

음식을 오래 보관하려는 목적으로 소금 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생선에 소금을 절여 보관하는 것을 염장이라고 하는데, 생선에 소금을 뿌리면 생선살에 머금은 수분을 삼투압 현상으로 빨아들여 미생물이 살아남지 못하게 한다. 소금이 부패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 것이다.

 

고등어 간잽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간잽이는 고등어에 소금 간을 치는 사람을 뜻하는데, 그저 잘 손질 된 생선 사이에 무심한 듯 소금을 척척 뿌리는 이 단순작업을 보면 식은 죽 먹기다.’라고 생각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금만 뿌렸다고 다 염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즉 아무나 고등어 간잽이가 될 수 없다. 소금의 맛을 감별 할 줄 아는 섬세한 미각과 손끝의 촉감으로만 특유의 간고등어의 감칠맛을 구현해 낼 수 있다. 이는 힘든 작업 과정의 반복에서 길러지는 장인 정신의 일종이다.

 

초등학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막내여동생이 어느 날 고등어를 한 상자를 산 적이 있었다. 가족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 많은 고등어를 어쩌려고 그러느냐 했더니, 고등어가 아이들 두뇌 발달에 좋기 때문에 매일 반찬으로 구워 주고 있다고 한다. 고등어의 주 성분이라고 알려진 DHA, EPA는 고등어 껍질부분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DHA는 뇌세포 성장발달에 좋으며 두뇌회전을 원활하게 해줘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두뇌에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 고등어의 단백질은 양질의 단백질로써 지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소고기, 돼지고기 보다 칼로리도 낮아 비만해소에도 좋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신체활동은 점점 줄어들고 실내에서 생활하다보니 소아비만 환자들이 많이 늘고 있고, 거기에 뒤따르는 소아당뇨환자도 늘고 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고등어를 자주 섭취 할 수 있도록 제공하면 두뇌발달과 비만방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잦은 전자기기 사용과 함께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시력저하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초등학교 한 교실에 안경을 쓰고 있는 학생들이 많게는 절반 정도가 안경을 쓰고 있다. 고등어의 함유되어 있는 타우린은 특이하게도 단백질 구성이 필요 없는 유리아미노산으로 오로지 수산물에만 들어 있다. 심지어 야행성인 고양이가 생선을 먹지 못하면 실명이 된다. 그 이유는 바로 타우린 때문이다. 고등어의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아미노산들 중에 가장 잘 알려진 타우린은 시력을 보호하는 천연 아미노산이다.

 

반면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라는 말이 있다. 생명이 꺼진 뒤 시작 되는 것이 부패의 과정인데 살아있는데도 부패한다는 말이 생경할 것이다. 정말로 그런다는 것이 아니라, 고등어가 신선해 보여도 잘못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다. 앞서 얘기 했듯이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낚아 올리는 즉시 죽어버리는 생선이다보니 다른 어류보다 부패 속도도 빠르다. 특히나 고등어의 가장 맛있는 부분인 등 부분의 붉은 살(血合) 부위의 부패속도가 가장 빠른데, 이때 고등어의 아미노산들 중 하나인 히스티딘이 부패가 진행되면서 히스티딘은 히스타민으로 그 성질이 바뀐다. 히스타민은 구토, 복통, 두드러기 등을 유발하는 성분이다. 지인 중 고등어를 먹고 심한 두드러기로 고생하다 항히스타민을 복용 했다는 사례도 있다. 그 지인은 그 날 이후 식탁 위의 고등어는 쳐다도 안 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간지러워진다고 유난인데, 어쩌면 그날 지인이 먹었던 고등어가 신선하지 않았던 이유로 탈이 난 것 같다.

유독 심한 고등어의 비린내로 고등어를 멀리하는 사람이 적지 않는데, 아내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고등어의 비린내는 지방이 산패(酸敗)한 결과인데, 이 비린내 때문에 먹기를 포기하기엔 고등어란 물고기는 장점은 너무 많다. 어느 요리책에 보니, 고등어를 먹기 전에 상큼한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는 물론 탄 부위에 생긴 발암물질도 억제할 수 있다고 하니, 오늘은 레몬즙을 뿌린 고등어 살점을 고등어를 싫어하는 아내의 밥상 위에 올려 주어야겠다.

  

 

본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자료출처;

과학에세이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40715.22030202214

7월의 생선, 고등어; http://www.mulgogi.net/technote6/ub.php?board=fishmonthly&command=body&no=3

위키 백과, 고등어; https://mirror.enha.kr/wiki/%EA%B3%A0%EB%93%B1%EC%96%B4

 

댓글